보자기




예로부터 물건을 운반할 때는 그것을 담는 용기가 중요하다. 서양에서는 가방을 사용하였는데 우리나라 서민들은 보편적으로 보자기를 사용했다. 말하자면 보자기는 우리나라 전통적 형태의 가방인 것이다.
서양식 가방의 특징은 이미 그 모양과 형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담든지 아니 담든지 항상 그 부피감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에 가서 무엇을 담아 올 작정이면 가방의 부피감을 먼저 운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형태가 일정하기 때문에 모양에 맞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는 무용지물로 짐만 된다.
그러나 한국의 보자기는 일정한 모양이 없다. 그저 한 마장 쯤 되는 베를 네모 반듯하게 잘라 놓았을 뿐이다. 어디서 무언가 가져올 양이면, 그냥 둘둘 말아서 도포자락 속이나 줌치나 혹은 옷깃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넣어가지고 가서 펼쳐 물건을 싸 매면 된다. 뿐만 아니라 보자기는 물건이 어떻게 생겼든 상관치 않는다. 그냥 물건의 모양 그대로 감아싸서 홀쳐 매어 들고 오만 그만이다.
보자기는 서양의 가방에 비해서 용도도 다양하다. 아낙네들이 시장에 갈 때에는 시장 바구니다. 또 소위 말하는 보따리 장수들에게는 물건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 더할 바 없이 편리한 쎄일즈 가방-요즘의 007가방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이다. 그런 보따리를 펼쳐 놓으면 오만가지 물건이 다 나온다.
개화시절에, 또는 그렇게 멀지 않은 시절, 한창 신학문에 열풍이 불어 올 때에 우리 학동들은 그 속에 책도 넣고 학용품도 넣어, 혹은 허리춤에, 혹은 어깨에 엇 매어 양철필통 소리를 딸랑이며 학교로 달려가곤 했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가난했던 우리네 사람들에겐 추위가 한결 더 아려 온다. 이런 시절에 보자기는 또 유용성을 발휘했다. 머리에 쓰면 방한모, 목에 감으면 목도리, 어깨에 감싸면 쇼-올이다. 게다가 일할 때면 앞치마, 더운 여름엔 때때로 흐르는 땀도 훔쳐준다.
놀이도구가 변변치 않던 시절에 우리 공주님들은 보자기를 둘러쓰고 귀부인 흉내를 내었으며, 개구장이들은 목에 걸고 황금박쥐니 배트맨이니 외치며 날아다녔다.
운반의 편리성을 따져도 서양의 가방은 도무지 따라 올 수 없다. 질끈 동여 맨 매듭은 손에 쥐기에 알맞은 부피감과 쿠션을 제공해 준다. 팔이 아프면 밑바닥을 조금 고르기만 하면 머리에 얹어 운반할 수도 있다.
비록 보자기는 일정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무언가를 감싸고 있을 때는 그 모양만 보아도 우리는 그 속에 든 것이 도시락인지,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네 집에 보내는 김치통인지, 이불 보따리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감추어버리고 자신의 틀속에 가두어 버리는 서양가방과는 현저히 차이가 난다.
서양문화를 가방문화라고 한다면 우리문화는 보자기 문화라 할 수 있다. 서양문화는 일정한 형식과 규격을 갖추고 있어 질서있는 듯 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면 매정하게 수용을 거부한다. 그러나 우리문화는 우리네 보자기 처럼 여유가 있고 포용력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속에 우리의 여유있던 모습이 사라져 가면서 서양의 가방같이 딱딱하고, 구속적이며, 매정하고, 자기의 틀속에 갖혀 주변에 대해서는 매정해 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사회는 한 없이 각질화 되어간다.
삭막한 현대사회는 오히려 보자기 같은 사람을 요구한다.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고 무엇이든 감쌀 수 있고, 어떤 필요든지 채워 줄 수 있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