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쏴-하고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지금으로부터 몇 십년 전, 시골에서 소와 논을 팔아 서울로 유학 보낸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아들은 공부는 안하고 부모님이 보내 주신 돈으로 그저 먹고 놀았단다.
그러기를 몇 년, 어느 해 명절에 그 아들은 고향으로 내려 가게 되었다. 그 마을 역사 이래 최초로 서울에서 유학한 아들이 고향을 방문했으니 그의 가족은 물론, 그 마을 전체가 온통 떠들썩 했다. 명절날 친지들과 온 동네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부모님은 어깨가 우쭐했다. 시골 햇살에 그을린 새까만 얼굴들이 올망 졸망 둘러 앉았고, 그 가운데 앉아 있는 아들은 서울물을 먹어서 그런지 하얀 달덩이 같다. 부모님은 은근히 사람들 앞에서 아들의 실력을 과시해 보고 싶은 생각에 아들에게 질문을 했다.
“개동아, 아 그 왜 있쟎냐? 서울엔 요즘 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게 있다든디.... 아, 그래 그 뭐냐, ‘수도꼭지’라는 거! 근디 그 수도꼭지를 영어로 뭐라고 헌당가?”
영어란 ABC도 모르는 아들로서는 낭패다. 그러다 그는 “아, 그거요? 수도 꼭지란 말여요....” 혀를 요상하게 꼬부려서 “틀면 쏴아- 라고 혀지요.” 그래도 유학한 아들을 둔 부모님은 사람들 앞에서 이해력의 스피드를 놓치지 않을 쌔라, 손바닥으로 무릎을 타악- 치면서 “캬아-, 그렇지! 고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쏴아- 하고 쏟아지니,” 혀를 아들처럼 꼬부려 흉내를 내면서 “틀면 쏴아-.” .....새까만 얼굴들은 초롱같이 눈을 반짝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역시, 몬 묵어도 아그들은 공부를 시켜 놓아야 현당께!”

오늘 쓰는 글의 목적은 사실은 이 이야기가 아니다. 요즈음에는 농촌에도 다 수도꼭지가 있다. 수도꼭지는 틀면 그냥 물이 쏟아져 나온다. 여름에 길을 지나가다가도 목이 마르면 언제든지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된다. 빨래를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요리를 할 때도 언제든지 물이 필요한 사람은 수도꼭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냥 수도꼭지를 비틀기만 하면된다.
그러나 수도꼭지를 ‘비틀기만 하면 물이 쏴아- 쏟아지는 것’은 그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역사 이래로 인간의 지혜와 기술과 노력이 집약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장된 물이 없다면 수도꼭지를 아무리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돈을 들여 저수지를 만들고, 비가 올 때 그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정수를 하고, 그 물이 운반 되도록 하기 위해 송수관을 땅에 묻고.....모든 종류의 준비 후에야 비로소 수도꼭지는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것이 육적이든 영적이든. 또 그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찾고 있다. 이 시대에 사는 나로서는 언제든지 필요한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 속에 많은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 될 것이다. 항상 저장되고 준비된 것이 많아서 누구든지, 언제든지 요구만 하면 베풀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틀면 그냥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와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