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어제 아침엔 산뜻하게 비가 내렸다. 올해는 3월들어 제법 여러 차례 비가 왔다. 겨울이
지나자 마자 내린 봄비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 이 비로 겨우내 메말랐던 사물,
거칠었던 피부, 굳었던 땅들이 부드러워졌다. 안간힘을 다 써야 겨우 땅을 뚫고 나올 것만
같던 새싹들, 땅속에 갖혔다가 계절의 부름에 밖으로 나오려는 개구리, 뱀, 그 외 여러 생물들의
동작이 한결 쉬워졌을 게다. 모르긴 해도 제딴에 섣불리 고개를 쳐들었던 싹들은 이 비들이
없었다면 가뭄에 고생께나 했을 것이다.
이제 얼마되지 않아 온 세상은 얼룩얼룩 꽃물들이 들것이다. 봄빛이다.
봄빛에 세상이 살아나는 가운데 한 쪽 구석, 따뜻한 봄볕양지에서는 개들이 꾸벅 꾸벅 졸고
있을 것이다. 그래, 봄이 되면 졸음이 잘 온다. 추위에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이, 긴장 되었던 근육이 따뜻함 속에서 풀어지기 마련이지. 그래서 자칫하면
졸다가 생명의 봄을 다 지내 버릴 수도 있다. 하품도 자주 나온다. 언젠가 내 친구가 하품을
자꾸해서 잠이 오냐고 물었다. 그때 친구는 ‘잠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잠이 깨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하품은 잠이 깨는 것이다. 체내 구석구석 쌓여 있던 노폐물이
하품을 할 때 깊이 들여 마셔진 산소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게 된다. 하품을 하면 뻑뻑하던 눈에
윤활유가 흘러내려 눈 동작도 한결 부드러워 진다. 그래서 하품은 잠이 깨는 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잠을 깨고 있을 사람들도 있겠지.
이 봄에 우리들은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이제 막 세상밖으로 고개 내민 새싹
같은 아이들..... 조그만 그들의 손을 사람들은 곧잘 고사리에 비유한다. 너무나도 싯적이고
고운 발상의 언어다. 우리 손에 쥐어진 고사리, 그들의 손으로 앞으로 그들은 잡아야할
것이 많다. 그들의 손은 우리 다음 세대 이 세상의 운전대를 잡을 손이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한쪽 손은 주님의 손을 붙잡고, 다른 손은 이 세상만이 전부인줄 알고 다가올 영원한 심판의
겨울을 알지못한 채 세상에서 방탕하게 살아가는 영혼 영혼들의 손을 잡아줄 생명의 손이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봄비다. 그들을 향해 우리들은 현대 세상의 매연과 유해가스로
적셔진 산성비가 아니라 깨끗하고 정결한 사랑에 적셔진 은혜의 단비, 우리 주님의 단비를
내려 주어야